서울 남산골에는 과거에 실패한 가난한 선비들이 많이 모여 살았는데, 이서우(李瑞雨)라고 하는 선비도 몹시 가난하여 끼니를 잇기가 어려울 형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서우는 공부를 쉬지 않았으며 밤을 새우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어느 정원 대보름날 저녁, 이서우는 아침에 죽 한 그릇을 얻어먹고 종일 굶어가면서 공부를 하자니 목소리가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들창너머로부터 무엇인가가 방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세히 살펴보니 약식 한 그릇이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창 밖을 내다 보았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놀랍게도 약식 속에는 말굽 은 한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그는 약식은 먹었으나 말굽 은은 쓰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였다.
결국 이서우는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였고, 숙종을 모시게 되었다. 그 후 어느 해 정월 대보름날 저녁이었다. 신하들과 보름날 잔치를 치르던 숙종은 문득 4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암행에 나섰다가 남산골의 가난한 한 선비가 측은하여 몰래 약식을 건넸는데 그때의 선비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고 하였다. 이에 이서우는 그 선비가 자신임을 밝혔는데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온 말굽 은이 전혀 닳지도 않은 것을 본 숙종은 이서우를 크게 칭찬하며 다시 은을 내려주고 벼슬을 더욱 높여 주었다고 한다.